사망한 로빈은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


디씨 영화에서 사망한 로빈의 정체가 뜨거운 이슈인거 같은데 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끄적...

일단 워너쪽은 코믹스 설정대로 제이슨 토드를 밀고있고 반면 처음 로빈의 죽음을 영화상에 구현한 장본인인 잭스나 감독은 묘비에 새겨진 이름으로 보건데 첨부터 죽은 로빈은 딕 그레이슨으로 설정해둔 것 같음.


솔직히 당연히 제이슨 토드일거라고 생각했을 코믹스 팬들이 그거에 대해서 아니 이 양반이 미쳤나 같은 반응을 하는게 이상하진 않음. 나도 당연히 제이슨이겠지 생각했거등. 근데 동시에 한순간 대가리를 팍 치고 들어오는 깨달음이 있음. 이 디씨 영화 유니버스에서 내내 느꼈던 위화감이라고 해야하나? 배트맨의 성격이라던가 유난히 아포칼립스적이고 어두운 세계관 등... 슈퍼맨이 조엘을 죽이고 만 비극도 그렇고 스톤 박사의 죽음이나 전체적으로 너무나 히어로들에게 가혹한 상황들... 등등 뭔가 균형이 맞지 않고 괴롭기만 한 이 세계관의 근원은 도대체 무엇이고 이렇게 설정한 의도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답을 딕의 죽음이 주는 것 같았음. 바로 영화속 세계관은 의도적으로 캐논에서 벗어난 암울한 버전의 디씨 코믹스라는 것.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캐릭터를 수없이 많이 죽여대는 메인 유니버스에서도 딕 그레이슨은 사망한 적이 없었음. 딕이 살아있는 유니버스는 아무리 스토리가 시궁창으로 가더라도 배트맨은 여전히 뱃신일 것이고 최종적으론 저리가 승리하는 희망찬 세계임.
근데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은 이렇지만 결말은 해피 엔딩일거야"라는 믿음을 과연 딕이 끝까지 사망한 상태에서도 지킬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봄. 딕이 죽으면 아무리 일이 해결되어도 이건 먼가 찜찜한 결말인거임. 솔직히 온고잉에서 딕이 찐으로 죽으면 뱃시가 어떻게 될지 난 상상도 안간다. 평소와 다를게 없다면 그것이 곧 뱃신의 캐붕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금은 멀쩡해도 결국 그 세계는 찐으로 망하는 거임. 갑자기 온고잉이 다크 멀티버스가 되고 막 혼파망...


그런 면에서 영화는 약간 막장도가 덜한 인저 세계관의 느낌이 있음. 디키가 죽고 없다는 것도 공통점이고 덜 막장이라고 한건 뱃시가 총을 쏴대고 막 살인을 하긴 하는데 그건 외계인(슈퍼맨 포함)한정이거나 닥싸가 지배하는 뱃시의 악몽에서나 그러지 현 시점에선 쪼끔 과격할 뿐 일단 직접적인 살인 행각을 벌이진 않고 죽을걸 알지만 내버려 두는 수준임. 어? 딕이 죽은것 치곤 아주 정상적인데?

암튼 대가리 쫌 깨진 코믹스 팬 입장에서 딕이 죽은 후의 뱃시가 어케 행동할지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 무엇도 캐붕으로는 안보이기 시작함. 오히려 지금 배트맨의 불안정한 의지나 절박한 심리상태가 매우 정당하고 그가 보여준 뱃신 답지 않은 모습(루터의 술수에 말려들고 슈퍼맨을 죽이려 한 것 등)이나 후에 일어날 일들(로이스 레인의 죽음이나 나중엔 폐기했으나 슈퍼맨과의 삼각관계 등)이 납득이 가고 더 캐릭터가 풍부해지는 것 같음. 근데 슈퍼맨과의 삼각관계는 애니에서도 몇번 자주 써먹던 소재인데 그게 그렇게 이상한 설정인감. 그대로 갔어도 난 괜찮았다고 봄. 지나치게 뱃시를 성역화 하려는 것도 문제임.

그리고 뱃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모순을 죽음을 통해 극복 또는 희생함으로서 세계관이 정상적으로 되돌아간다는 설정은 제대로만 진행되었으면 최종적으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주었을것 같음.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는데 그 영화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의외로 세계관이 막장이면 막장일수록 정상적으로 되돌아갈때의 희열은 진짜 장난이 아님. 만약 딕이 살아있는 세계관이었다면 좀더 희망찬 결말을 바랄수도 있었겠지만 딕이 죽고 없는 암울한 이곳에선 뱃시가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진 않았을까 싶으. 마블에서 토니 스타크 취급하는 방식에 여러모로 빡치기도 했고, 슈퍼맨 만큼 뱃시도 무척 사랑하는 캐릭터인데 캐릭터 소모시키면서 캐붕나는 것보단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다룬 뒤에 일찍 은퇴시켜주는 것도 나름 괜찮은 전략이었을것 같음. 특히 놀란의 뱃트릴도 존중하고 사랑했던 잭스나 입장에선 불과 몇년전에 완결된 캐릭터를 다시 생성해서 소모해 내는 것이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것 같음. 나도 그에 어느정도는 동의하는 편이고. 놀란뱃이 코믹스 뱃과는 많이 다르지만 덕후 뽕을 또 안채워주는것도 아니라서... 솔까 막판 존 캐릭터를 로빈으로 오마쥬 한데선 아니 이게 하면서도 소름이 돋았다고여...


+)

근데 이쯤되니 일개 코믹스 팬도 죽이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디키를 과감하게 죽여버린 결정 자체도 신기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이 암울한 버전의 뱃시가 이상하게 지금까지 나온 뱃시 영화 중에 제일 내 뱃시 같은것도 참 아이러니임... 아니 진짜 이게 어케 가능한건지 정말로 모르겠네...

한편으로는 이미 나온 명작 배트맨 영화의 공식만 답습하려는 워너한테 빅엿을 먹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함. 캐릭터의 근본이 단순한 표면적 성질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나한테도 보여줬고 워너 쌍놈들한테도 알려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되었네. 인저 세계관의 뱃시도 뱃시고, 다크 멀티버스의 뱃시도 뱃시이고, 상황이 다를뿐 뱃시의 근본은 같음. 예를 들어 사악한 버전의 뱃시중 알피가 죽고 만들어진 사이보그 버전의 다크 멀티버스 뱃시를 가장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캐붕이라 하겠지만 나는 그런 뱃시도 뱃시라서 사랑함. 여기서도 타락의 트리거가 알피가 된다는게 참... 여러모로 마음에 듦. 그만큼 디키랑 알피는 뱃시의 심장이란 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온고잉 편집부 놈들은 욕좀 먹어야 함. 알피 죽고 멀쩡하게 돌아가는 뱃가라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게 캐붕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캐붕인데에에에 빨리 알피 살려내라고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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